일상

정민경 양 시

별따러가세 2013. 3. 13. 10:05

그 날

 

 


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

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

난 뉘요 혔더니,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

가잔께 갔재

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

그랴서 멈췄재

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

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

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봤시야

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

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

아따 지금 생각혀도...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

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

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

잉 발이 안떨어져브냐

총구녕이 날 쿡 찔러

무슨 관계요? 하는디 말이 안나와

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

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나오데

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,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

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

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

어린놈이...

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, 라디오도 안틀었시야

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

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...

 

 

 

 

-2007년 '5·18 민중항쟁 기념 서울 청소년 백일장'에서 시 부문 대상을 차지한 정민경(18·경기여고 3년)

 

 

 

 

 

그리고 그녀가 쓴 다른 시

 

 

 

니얄 봄

 

큰마니 죽지마오.
니얄 봄 곱게 화장해
내 저 리북 보내줄테니
죽지마오.

내 저 가시난 쇠붙이 위 새에게 물어보았소.
-너는 어드메서 왔네.
-내레 큰마니 아들 뒷뜰에서 왔시오.
-울 큰마니 아들 잘 살고 있드나.
-그렇디요. 니얄 봄 큰마니 뵈러 온다 했수다.

내 저 약수 같은 강물에게 물어보았소.
-너는 어드메서 왔네.
-내레 큰마니 딸 앞뜰에서 왔시오.
-울 큰마니 딸 잘 살고 있드나.
-그렇디요. 니얄 봄 큰마니 뵈러 온다 했수다.

큰마니 죽지마오.
니얄 봄 곱게 화장해
내 저 리북 보내 줄테니
죽지마오.